의원협회 “정부 신뢰 못한다” 전화상담 시범사업 반대

“원격진료 당위성 제공하는 요인 될 수도” 우려

전화상담이 포함된 ‘만성질환 관리 수가 시범사업’에 대해 대한의원협회가 반대 입장을 밝혔다. 임의단체이긴 하지만 의료계 단체로서는 처음으로 공식 입장을 내놓았다.

의원협회는 30일 “이번 사안이 의료계 내 심도 깊은 논의 없이 진행되고 있다”며 반대했다.

의원협회는 “만성질환자가 내원하지 않았을 때의 상태를 모니터링하고 이에 대한 적정한 수가를 책정한다는 명제에는 반대하지 않는다”면서도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원격진료) 허용 가능성 등의 이유로 시범사업에 반대한다고 했다.

의원협회는 “실제 진료현장에서 환자와 전화상담을 하는 경우가 있으나 아직은 전화상담에 대한 수가가 없어 이에 대한 수가를 책정한다는 것이 일견 적절해 보일 수도 있다”며 “그러나 전화상담이 활성화되면 환자들은 대면진료보다 편한 전화상담을 더욱 선호하게 되어 자칫 대면진료의 가치가 하락하고 더 나아가 ‘진료’의 개념 자체가 왜곡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의원협회는 특히 “전화상담이 원격진료의 당위성을 제공하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를 지울 수 없다”고 했다.

의원협회는 또 “원격모니터링은 전화상담과 마찬가지로 향후 원격진료의 단초를 제공할 수 있다”며 “비록 지금은 의원급 의료기관에 국한한다 하더라도, 의료소비자의 편의성에 더불어 의료산업화라는 미명하에 결국 병원급 의료기관으로 확대되어 의료전달체계가 붕괴되는 원인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의원협회는 이번 시범사업이 지불제도 개편의 단초가 될 수도 있다고 했다.

의원협회는 “시범사업 수가 적용방안은 ‘실시단계에 따른 행위를 구분하며, 각 행위별 특성에 따라 행위별 수가 또는 월정액 수가 지급’이라고 한다”며 “행위별로 수가를 보상하는 것이 아닌, 월정액으로 지급할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결국 만성질환자에 대한 인두제로의 지불제도 개편의 단초가 될 수 있다. 이 시범사업을 통해 월정액 지급과 같은 인두제의 변형된 지불제도가 시행되는 것에 대해 결코 찬성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의원협회는 “정부 정책을 전혀 신뢰할 수 없다. 그동안 정부의 행적이나 특히 최근 원격의료법안을 또 다시 국회에 상정하는 행태를 보더라도 정부를 믿고 따를 수 없다”며 “시범사업 시행 전에 의료계가 정부를 믿고 따를 수 있는 신뢰회복의 과정이 필요하다. 그 과정은 전적으로 정부의 몫”이라고 강조했다.

청년의사 송수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