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의약품 품질검증 되레 불신만 키워
“비동등 6개 약물 중 5개가 복제약” → “그래서 의사는 오리지널 선호”
시중 유통 의약품의 동등성을 입증하기 위해 실시한 식약처의 ‘의약품 검증시험’에서 6개 제품이 동등성 기준을 만족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식약처는 이들 제품이 ‘법적품질기준’을 만족해 효능·효과나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어서 이번 검증시험의 취지를 무색케 하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식약처는 유통 의약품의 품질이 허가 당시와 동등하게 유지되고 있는지에 대해 의료계와 언론 등에서 문제를 제기하자, 지난해 제조일이 다른 동일 제품의 동등성을 입증하겠다며 유통의약품 품질검사(의약품 동등성 검증사업)을 실시했다.
품질검사 대상은 최근 2년 동안 허가변경이 가장 많았던 15개 제품이 선정됐다. 이 중 5개 제품(오리지날 2개, 제네릭 3개)은 생동성시험을, 나머지 10개 제목(오리지날 5개, 제네릭 5개)은 비교용출시험을 실시했다.
생동성시험은 시험약의 혈중약물농도(AUC)와 최고혈중농도(Cmax)가 대조약 대비 80~125% 이내에 있을 때, 비교용출시험은 시험약과 대조약의 유사한 정도를 나타내는 ‘f2’값이 50 이상이거나 녹는 양의 차이가 15% 이내일 때 적합판정을 받게 된다.
검증사업 결과, 일양약품의 과민성 대장증후군치료제 ‘일양디세텔정’(피나베륨브롬화물), 대우제약의 위장관운동촉진제 ‘모사딜정’(모사프리드시트르산염) 등 생동성시험을 실시한 2개 제품이 동등성 적합범위를 벗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한림제약의 항혈전제 ‘피도빅스정’(클로피도그렐황산수소염), 한국유니온제약의 골격근이완제 ‘에손정’(에페리손염산염), 씨트리의 고혈압치료제 ‘로자틴정’(로사르탄칼륨), 셀트리온제약의 소화성궤양용제 ‘셀트리온파모티딘정’(파모티딘) 등 비교용출시험을 실시한 4개 제품도 동등성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
특히 대우제약의 ‘모사딜정’은 제조일이 불과 4개월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 제품(2013년 10월과 2014년 2월 제조된 제품)을 비교했음에도 동등성 기준을 벗어나 시중 유통 의약품의 효능에 의문을 갖게 했다.
이 가운데 일양약품의 ‘일약디세틸정’은 유일한 오리지널 약물이다.
그러나 식약처는 이들 약물의 시중 유통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생동성시험과 비교용출시험의 적합 범위를 벗어난 제품들이 있지만 효과와 부작용에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살펴본 결과 그렇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중앙약사심의위원회 등을 통해 약제학 전문가, 임상전문의 등의 자문을 구한 결과, 이 같은 판단이 내려졌다. 식약처도 전문가들의 의견에 동의한다”고 말했다.
식약처의 이같은 입장에 대해 그동안 문제를 제기해왔던 의료계는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번 검증에서 동등성을 입증하지 못한 6개 제품 중 5개는 생동성시험이나 비교용출시험 기준을 만족해야 허가를 받을 수 있는 제네릭(복제약)이었음에도 ‘관대한’ 판단을 내렸기 때문이다.
대한의원협회 김성원 고문은 “생동성시험과 비교용출시험 적합 범위를 벗어났다는 것은 효능·효과에서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얘기”라며 “(범위를 벗어났지만 효능·효과와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는) 식약처의 논리대로라면 굳이 생동성시험과 비교용출시험을 할 필요가 없다”고 지적했다.
김 고문은 “한국유니온제약의 에손정(에페리손염산염)의 경우, 제조일이 다른 두 약물 간 용출시험 값의 차이가 커서 품질시험에서도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검증 사업 결과에 대해 문제가 없다고 말하기는 힘들다”고 강조했다.
그는 “의사 입장에서 동일 약물 간 효능·효과 차이는 중요한 부분”이라며 “이번 검증사업에 외자사 오리지날 제품도 4개가 포함됐지만 모두 동등성 적합판정을 받았다. 결과만 놓고 볼 때 의사들이 오리지날을 더 선호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꼬집었다.
의료계는 이번 발표가 유통 의약품의 품질 논란을 가라앉히기는커녕, 복제약 대체조제에 대한 불신까지 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에서는 유통 의약품 검증사업 추진단계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많았다. 검증시험에서 비동등이 나올 경우, 허가받은 것과 다른 약을 판매하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시험 결과가 잘 나올 경우, 국내 의약품 관리 수준을 당당히 내세울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식약처 기준을 모두 만족했음에도 약을 제대로 만들지 않았다는 비난을 제약사가 떠안게 될 수 있어 검증사업은 양날의 검이라는 얘기가 많았다”며 “이번 결과로 인해 국산 약 중에서도 특히 제네릭에 대한 신뢰도가 하락하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고 우려했다.
조회 : 58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