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정부는 불법적인 진료 보조인력(PA) 의료행위의 합법화 시도를 즉각 중지하고, 의협은 PA 문제에 대한 원칙적이고 단호한 대처를 통해 의료인 면허체계와 국민건강권을 수호하라.

대한심장학회가 현행법상 의사의 고유 업무인 심장초음파를 불법적으로 대리 시행하는 초음파 보조인력의 자격인증제를 시행하겠다는 발표를 한 이후, 의료계 내부에서는 이를 규탄하는 목소리가 높아졌고, 대한의원협회(이하 본 회)도 이 문제에 대한 부당함을 지적하는 성명서를 이미 두 차례에 걸쳐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의료계와 본 회의 합당한 지적과 강력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최근 보건복지부에서는 PA 제도를 합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더욱 논란이 커지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금까지 줄곧 PA 의료행위가 불법이라는 원칙적인 입장을 고수해왔다. 그런데 최근 국정감사에서 박능후 장관이 PA 문제에 대한 대책으로 전문간호사 제도 활용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하고,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전문간호사 제도를 통한 PA 제도의 합법화를 추진할 계획임을 발표하였다. 의료인 면허제도의 근간을 뒤흔들 수 있는 PA 합법화는 그 동안 의료법상 규정된 면허의 범위를 넘어서는 것이기에 시행될 수 없었고, 이러한 원칙을 지키고자 하는 의료계의 확고한 의지도 PA 합법화 시도를 저지하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최근 심장학회에서 추진하였던 심초음파 보조인력 인증제 추진은 PA 합법화의 빌미를 제공하였고, 이 문제를 해결한다는 취지에서 의협과 해당 학회들이 논의하여 발표한 합의안에서도 원칙을 지키지 못하고 PA 합법화의 여지를 남겨둠으로써 이번 논란을 촉발시켰다. 이에 본 회는 PA 의료행위의 합법화는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는 부당한 정책임을 밝히고, PA 문제에 대해서 정부와 의협에 올바른 대처를 요구하고자 한다.

1. 상급종합병원을 중심으로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모든 PA 의료행위는 현행법상 그 자체로 엄연한 중대 범죄행위이다.

최근 환자를 뇌사에까지 빠지게 한 대리수술이 크게 이슈가 되고, 심지어 대리수술이 국가 중심 공공의료기관인 국립중앙의료원에서도 빈번하게 행해져 온 것이 밝혀져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이로 인해 PA 문제에 대한 정부의 안일한 대처가 비판 받고 있으며, 국민들의 의료에 대한 불신 또한 높아지고 있다. 이는 ‘의료인이 아니면 누구든지 의료행위를 할 수 없으며 의료인도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를 할 수 없다’는 의료법 제 27조 1항을 정면으로 어긴 중대한 범죄 행위이며, 이를 관리 및 감독해야 할 정부가 책임을 방기한 결과이다. 그리고 이는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책임져야 할 의료인으로서의 숭고한 의무를 저버리고, 환자와 국민에게 심각한 해악을 끼치는 비윤리적 의료행위이기도 하다.

환자의 병력 및 임상적인 상태를 고려하여 초음파 결과를 실시간으로 처방에 반영하고, 초음파 시행 중 발생할 수 있는 돌발 사태 등에도 즉각적으로 대비할 수 있으려면 마땅히 초음파는 의사가 시행해야 한다. 그런데 진료보조 인력에 의해서 시행되는 대리초음파는 의사가 반드시 직접 해야 할 진단 행위를 불법적으로 대신 하는 것이므로 대리 수술과 마찬가지로 중대한 범죄행위에 해당한다. 이외에도 불법적 수술 참여와 같은 단순 보조업무를 벗어나는 모든 PA 의료행위들도 경중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모두 의료법 제 27조 1항을 정면으로 어긴 범죄 행위이다. 따라서 지금 이 시간에도 대리수술과 대리초음파 등의 불법 진료 보조 행위를 시키거나 하고 있는 모든 사람들은 자신이 범죄를 저지르고 있음을 자각해야 할 것이며, 정부는 이들의 범죄 행위에 대하여 엄중히 처벌해야 할 것이다.

2. 불법적인 PA 의료행위는 저수가나 경영상의 이유로 합리화될 수 없다.

심초음파학회 및 심장학회와 상급종합병원이 PA 의료행위의 불가피성을 주장할 때 주로 언급하는 핑계가 바로 저수가 문제이다. 이들은 대한민국의 저수가 체제하에서는 보조인력의 도움 없이는 정상적인 진료를 계속 이어갈 수 없다는 뻔뻔한 주장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것은 현재의 어려움을 범법 행위로 해결하려고 하는 편법적이고 잘못된 해결방식일 뿐이다. 이러한 논리가 정당화 된다면 의원급 의료기관이 경영 여건이 어렵다고 PA를 고용하여 엑스레이나 심전도 검사를 하게하고, 수술에도 참여 시키는 것도 문제가 될 것이 없으며, 최근 불거졌던 대리수술 문제도 전혀 문제될 것이 없는 것이다.

의사가 해야 할 업무에 의사를 고용하기 어려울 정도로 경영이 어렵고, 그 원인이 저수가에 있다면 병원과 학회에서는 마땅히 정부에 저수가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요구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원칙적이고 정상적인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하지 않고, 정부의 압박에 굴복하여 불법과 편법으로만 상황을 모면하려 했던 결과가 바로 지금의 PA 문제로 이어진 것이다. 따라서 지금이라도 병원과 학회에서는 그 동안의 과오를 사죄하면서 PA를 이용한 불법적인 의료행위를 중단하고, 의사 업무에 의사 인력을 채용하여 의료를 정상화 시키려 노력해야 한다. 또한 저수가 개선 없이는 의료기관 운영이 불가능하다는 점과 의료인들은 언제든 범법자가 될 수 있음을 주장하면서, 정부에 저수가 개선 요구를 분명히 해야 할 것이다.

3. 불법 PA의 합법화는 법체계를 무너뜨리는 ‘정상의 비정상화’이자, 불법을 저지르는 세력들에게 면죄부를 주고 국민 건강을 위험에 빠뜨리는 잘못된 행위이다.

최근 매우 드문 질환인 횡격막 탈장을 진단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의사 3인에게 부당하게 금고형을 선고하여 법정 구속한 사건이 크게 이슈화 되고 있다. 이 사건에서도 볼 수 있듯이 의료는 지식과 경험을 갖춘 자격 있는 의사에 의해 행해져도 결과가 좋지 못하거나 오해를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 그리고 점점 국민들은 이러한 오류를 줄이고, 좀 더 높은 수준의 의료 수준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런데 PA의 합법화는 의료사고를 예방하고 의료의 질을 향상시키는데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할 책임이 있는 정부가 국민들의 요구와는 정반대로 의료사고의 위험을 높이고, 의료의 질을 하락시키는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다.

현재 불법임이 명확하게 규정되어 있음에도 불법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PA 의료행위를 합법화 해주면, 의사 업무에 광범위하게 PA가 채용될 것이고, 이는 의료의 질뿐만 아니라 의료 체계 자체가 흔들리는 결과로 나타날 것이다. PA 합법화는 의료의 질을 떨어뜨리고, 현재의 정상적인 법체계를 오히려 비정상적이고 잘못된 형태로 만들어버리는 ‘정상의 비정상화’이며, 불법을 저지르고 있는 세력들을 처벌하기는커녕, 오히려 이들에게 면죄부를 주기 위해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위험에 몰아넣는 무책임한 배신행위이다.

4. 의협과 심장학회 및 심초음파학회의 합의문은 모순적이며, 이는 불법적인 PA 의료행위의 합법화 시도에 빌미를 제공하였다.

의협과 심장학회 및 심초음파학회가 합의한 내용을 살펴보면 ‘심장 초음파 검사는 반드시 의사에 의해서만 이루어져야 한다.’라는 조항 아래에 ‘심장 초음파 보조인력과 의료기관에 대한 고소・고발 행위와 관련하여 법률적 소송을 통한 문제해결에 반대하며, 정부측에 이에 대한 제도적인 장치마련을 해 줄 것을 요청하는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기로 한다.’라는 조항이 등장한다. 이 두 조항의 내용을 자세히 보면 이는 모순적인 내용이다. 심초음파 검사가 의사에 의해 이루어진다면 새로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없고, 실정법과 달리 의사에 의해 이루어지지 않고 보조인력에 의해 시행되려면 당연히 새로운 법과 제도가 필요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 합의문의 논리적 구조는 " 이 창은 모든 방패를 뚫을 수 있고, 이 방패는 모든 창을 막을 수 있다"는 말과 전혀 다를 것이 없는 것이다.

합의문이 이렇게 모순된 형태를 보이는 것은 결국 실정법상 불법인 심장초음파 보조인력을 제도화, 양성화하려는 속내를 가리기 위해 ‘반드시 의사가 시행해야 한다’라는 내용의 조항을 내세워 포장을 하려 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이 합의는 두 학회와 관계자들에게 그 동안의 범법과 잘못에 대해 면죄부를 주는 것임과 동시에 심장초음파 보조인력이라는 불법을 합법화, 제도화하려는 불순한 속내를 공식화 한 것이다. 심초음파학회 및 심장학회와 의협의 잘못된 합의로 인해 복지부는 PA 의료행위 합법화의 명분을 얻게 되었고, 이 합의문이 나간 후에 마치 기다렸다는 듯 곧바로 심초음파 보조인력뿐만 아니라 모든 불법 진료 보조인력의 합법화에 나서겠다고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따라서 복지부의 PA 합법화 명분을 없애기 위해서라도 의협과 심초음파학회 및 심장학회가 발표한 합의문은 폐기되어야 한다.

PA 의료행위를 합법화하는 것은 의료법상 면허에 규정된 의사 고유 업무에 대한 범위를 모호하게 만드는 계기가 된다. PA 합법화는 법에 규정된 의사 업무의 의무와 권리를 훼손시키는 결과로 이어져 의료인 면허체계의 근간을 뒤흔드는 결과로 나타날 것이다. 지금까지 불법적으로 자행되어 오던 PA의 의료행위를 합법화 시켜주면, 다른 의료인인 한의사나 치과의사도 의사 업무를 할 수 있게 해 달라고 요구하였을 때 이를 막을 수 있는 명분이 사라지게 된다. 이는 반대로 의사들도 한의사나 치과의사의 영역을 침범할 수도 있다는 뜻이 되기 때문에, 국민들에게 전문적인 의료서비스를 제공하여 국민 건강을 도모하기 위해 만들어진 의료인 면허 체계는 유명무실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로 인한 부작용은 국민 건강에 심대한 위협으로 나타날 것이다.

의협은 불법 PA 의료행위 문제에 단호하고 강하게 대처해야 한다. 지금처럼 병원이나 학회에서 불가피함을 주장한다고 해서 이에 동조하고, 미온적으로 대처하면 PA 의료행위는 합법화 될 것이고, 그 파장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클 것이다. 의협이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불법 PA 의료행위에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불법을 저지른 의료인과 병원들을 고발하고, 윤리위원회에 회부하여 강력한 징계를 내려야 한다. 또한 심초음파학회 및 심장학회와 발표한 합의문을 폐기시키고, 정부의 PA 합법화 시도를 강하게 규탄해야 한다. 이렇듯 의협이 단호하고 강력한 모습을 보여야만 올바른 의료인 면허체계를 지켜내고, 국민건강권을 수호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정부는 의료의 질을 떨어뜨림으로써 국민의 건강을 위험에 빠뜨리고, 불법을 저지르는 세력들에게 면죄부를 주는 PA 의료행위의 합법화 시도를 즉각 중단하여야 한다. 국민들은 의사 및 의료인들이 면허에서 부여된 바대로 자신들의 자리에서 전문적인 의료행위를 해주기를 바라고 있다. 국민들의 이러한 요구에 맞추어 정책을 추진해야 할 정부가 오히려 정반대의 행보를 보이는 것은 국민들을 대표하는 정부로서 자격이 없음을 자인하는 것이다. 따라서 본 회는 지금이라도 정부가 기존의 원칙대로 PA 의료행위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강력하게 처벌하여 국민들의 요구에 부응하는 모습을 보일 것을 요구한다.

의협도 불법 PA 문제에 대해서 강하게 대처해 나가야 한다. 정부가 시도하는 PA 합법화는 의료인 면허체계를 붕괴시키고, 이로 인해 국민건강권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올바른 현실 인식을 가져야 한다. 따라서 본 회는 정부에 PA 의료행위 합법화의 빌미를 제공한 심초음파학회 및 심장학회와의 합의안을 파기하고, PA 의료행위 관련자 고발 및 회원 징계 등의 수단을 동원하여 강하게 대처해 나갈 것을 의협에 요구하는 바이다.

정부와 의협은 본 회의 요구가 의료계 전체의 요구이며, 국민들의 요구와 같다는 사실을 명심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실천해야 할 것이다. 본 회는 정부와 의협에 강하게 요구하는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앞으로 대한민국에 불법 PA 의료행위가 발붙일 곳이 없도록 보다 구체적인 행동에 나설 것임을 천명하는 바이다.

2018년 11월 5일

바른 의료 국민과 함께

대 한 의 원 협 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