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의사단체에서는 여전히 문제가 있다는 시각을 견지하고 있으며, 한의계 내부에서도 시범사업 최종안을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1월 20일부터 보건복지부는 안면신경마비, 뇌혈관질환 후유증(만 65세 이상), 월경통 등 3개 질환과 관련해 '첩약급여화 시범사업'에 돌입했다.

이에 의사단체에서는 여전히 "안전성과 치료 효과도 검증하지 않은 시범사업"이라는 비판이 아직도 거세다.

대한의원협회(이하 의원협)는 27일 "급여화를 위해서는 의학적 타당성, 의료적 중대성, 치료 효과성, 비용 효과성, 환자의 비용부담 정도 및 사회적 편익 등을 고려해야 하는데 첩약 급여화 과정에서는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일반적 약품은 3상에 걸친 대규모의 임상실험을 통해 안전성과 유효성이 인정되어야 인체에 사용할 수 있는 것인데, 한방첩약은 안전성과 치료효과 측면에서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는 것.

나아가 앞서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안전성과 유효성 검증을 위해 '첩약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위한 기반 구축 연구'를 진행했다.

의원협은 "첩약의 유효성, 안전성 검증을 위해 국가 차원에서 진행한 연구는 이 연구가 유일하다시피 하다. 그런데 이 연구에서는 무작위대조군 임상시험과 체계적 문헌고찰 연구 등의 객관적인 방법이 제대로 적용되지 않았고, 안전성이나 유효성에 대해 구체적인 근거를 전혀 제시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경제적인 사유로 항암치료를 받지 못하여 죽어가는 환자들이 있는데 관련 신약에 대해서는 비용효과성 문제를 거론하면서 첩약은 비용효과성에 대한 검토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나아가 첩약급여화와 관련한 한의원들의 주객이 전도된 광고가 이어지고 있다는 의견이 있다.

의원협은 "벌써 일부 한방기관에서 첩약의 안전성을 건강보험 적용과 연관지어 홍보를 하는 듯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며 "첩약의 안전성이 담보된 후에야 건강보험 적용이 되어야 한다는 명제를 뒤집어서, 건강보험이 적용되고 있다는 것은 첩약의 안전성이 담보된 것이기 때문이라는 식으로 국민을 호도할 수 있다. 주객이 전도된 꼴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첩약 급여화에 대한 최종안을 두고 한의계 내부에서도 갑론을박이 일어나고 있다.

최근 대한한의사협회(이하 한의협) 대의원회는 '첩약 건강보험 시범사업의 최종시행안'에 대한 전 회원 투표 진행을 의결했다.

이는 첩약심층변증방제기술료와 관련해 처음에 한의계가 정부에 3만 8,780원을 제시했지만, 최종적으로 3만 2,490원으로 결정되며 낮아졌기 때문.

따라서 곧 찬반을 묻는 투표가 진행될 예정으로 이 결과에 따라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의 동력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한편 한의협은 지난 6월 22일부터 24일까지 전회원 대상 첩약 건강보험 시범사업 찬반 투표를 시행한 바 있다. 그 결과 총 2만 3094명 중 1만 6885명이 투표에 참여해 1만 682명(63.3%)이 찬성을 선택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