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법 처벌 전 의료기관 지원 먼저"
의료계, 진료거부 명확한 정의와 선지원 제도 마련 촉구
메르스 환자의 진료를 거부하는 의료기관을 처벌하겠다는 권덕철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 총괄반장의 발언에 대해 의료계가 반발하고 나섰다.
의료법 처벌을 논하기 전에 진료거부에 대한 명확한 정의와 선지원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한의원협회 윤용선 회장은 "의원급 의료기관에 메르스 의심환자를 진료할 만한 정부의 적절한 지원이 전혀 없다"며 "불가피하게 볼 수 없는 상황을 마치 진료거부라는 식으로 얘기하는 것은 잘못됐다"고 밝혔다.
더구나 메르스 의심환자가 오면 보건소 또는 핫라인을 통해 안내를 하는 것이지 환자 자체를 거부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질병관리본부 지침상에도 경유 의료기관이나 확진 의료기관을 갔던 환자들은 병원에 가지 말고 즉시 메르스 콜센터로 연락하게 되어 있다.
진료거부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 의원협회의 입장이다.
윤용선 회장은 "얼마 전 보건복지부의 지침을 제대로 따라 의심환자를 잘 걸러냈는데도 오히려 병원명단이 공개돼 폐업까지 감수해야 되는 의원이 있었다"면서 "이런 위험성 등을 고려하지 않고 진료거부로 의료법에 따라 처벌하겠다는 것은 의료현장을 전혀 이해못하는 탁상행정"이라고 지적했다.
윤 회장은 "정부는 N95 마스크, 일회용 가운, 고글 등을 준비하라고 지시하지만, 이들 물품은 품절이 돼서 구하려고 해도 구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국의사총연합(이하 전의총)와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도 이에 가세했다.
전의총은 "권덕철 총괄반장의 발언은 정부가 의사들을 메르스 사태 해결의 동반자 또는 협조자로 보지 않는 방증"이라며 "메르스 환자의 진료 거부는 정당하다"고 밝혔다.
지난 5월 대한의원협회는 보건복지부에 진료거부의 정당한 사유에 대해 질의했고, 보건복지부는 진료거부의 정당한 사유를 8가지 예시를 들었다.
그 중 병상, 의료인력, 의약품, 치료재료 등 시설 및 인력 등이 부족해 새로운 환자를 받아들일 수 없는 경우 정당한 진료거부를 할 수 있다고 유권해석을 내렸다.
전의총은 "일반 의원과 중소병원급 의료기관은 병상, 의료인력, 의약품, 치료재료 등 모든 측면에서 구비가 되어 있지 않아 메르스 환자를 볼 수 없다"며 "이에 메르스 환자의 진료를 거부하는 것은 정당하다"고 강조했다.
전의총은 "질병관리본부는 지난 7일 메르스 의심환자들이 무분별하게 여러 병의원을 방문해 질병이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병원으로 가지 말고 메르스 콜센터로 연락하라는 지침을 내렸다"며 "그런데 메르스 의심환자를 거부할 경우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하니 의사들은 어느 장단에 맞춰 진료를 해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의협 관계자는 "최전선에서 환자를 잘 진료할 수 있도록 의사들을 격려하고 지원해야 할 정부가 의사를 위협하는 발언을 하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면서 "마스크와 안전보호장구 등 선지원 제도를 마련한 후에 의료법 처벌에 관한 얘기가 나와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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