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건강보험 재정 누수의 책임을 두고 관리자인 건강보험공단은 의사를 가리켰고, 언론과 사회의 시선은 의사를 돈을 밝히는 부도덕한 집단으로 몰아세웠다. 다들 사실이 아니라며 고개를 저었지만 행동에 나선 이는 없었다. 결국, 대한의원협회가 ‘건강보험재정누수보고 분석보고서’를 발간했다. 이번 보고서를 통해 의사가 아닌 공단의 관리 부실로 인한 재정 누수의 원인임이 밝힌 것이다. 이렇게 제 손으로 직접 오명을 씻어냈다.
“보험재정 누수 원인, 더 이상 의사로 매도할 수 없다”
대한의원협회 회장[사진]은 “매년 공단이 의사들을 건강보험 재정 누수의 원인인 것처럼 매도해 온 것이 사실”이라며 “협회에서 김성원 정책고문을 중심으로 이번 보고서를 준비하는 데 1년여가 걸렸다. 쉽지만은 않았다”고 토로했다.
이는 공단 측에 관련 자료를 청구하는 과정에서 일차원적인 답변이나 성의없는 자료 제공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윤 회장은 “공단은 정보공개청구에 따른 자료 제공조차 제대로 하지 못했다”면서 “대표적으로 공단이 주장하는 지난해 누수액 3838억원에 대한 세부내역을 묻자, 공급자분의 내역분만 받았는데 그마저도 액수만 적혀 있었다”고 회고했다.
이어 “재차 의사 부당청구에 의한 항목과 누수액이 맞는 것인가를 물었지만 공단의 입장은 항상 ‘그렇다’ 였다”며 “후에 복지부와의 금액 차이가 나는 이유에 대해 확인하면서 그제서야 ‘사무장병원’과 ‘보험사기’로 명목이 담긴 자료를 받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로써 공급자분의 책임에 의사들이 차지하고 있는 비율이 극히 미미하다는 사실이 나온 것”이라며 “앞으로 공단은 공급자 항목의 세부분을 나눠서 발표해야 할 것이다. 이제 더 이상 의사들을 매도하지 못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본연의 역할 수행하는 공단, 재정관리 발전 위한 밑거름되길”
이번 분석보고서 발표로 인해 주변 의사들로부터 많은 격려를 받고 있다는 회장은 아직 끝난 게 아니라고 말한다. 오히려 그는 건강보험재정에 대해 진정한 논의가 필요한 것은 지금부터라고 보고 있다.
회장은 “이번 보고서를 준비하면서 애초에 공단의 보험 관리에 표준화된 체계가 있었다면, 누수의 원인이 의사가 아니라는 사실에 대해 공단과도 빠르게 논의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그는 “이제 공단은 체납 관리, 가입자 관리 등의 부분을 보험자로서 명확하게 해 재정누수의 근본적인 발생 원인을 막고, 관리 체계를 지금과 달리 명확하게 설정해 향후 누수가 일어나지 않게 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특히, 그는 이번 보고서에 대해 공단의 견해를 듣고 싶다면서 “공단측이 제시한 통계자료인 만큼 우리가 모르는 부분이 있을 수도 있다. 잘못된 부분이 있다면 고치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했다.
이어 “공단과 의사가 일대일로 시시비비만을 가리자는 것이 아니라 이번 보고서를 통해 앞으로 건강보험 재정누수라는 명제에 대해 보험자나 가입자 모두 함께 고민하고 논의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마지막으로 회장은 “의사들은 환자를 돌보느라 하루 종일 바쁜 것이 현실이기 때문에 의사들이 직접적으로 목소리를 낸다는 것이 쉽지 않다”면서 “박수를 치고 격려해주는 것 역시 고맙지만, 의사들의 권익 향상을 위해 이제는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같은 임의 단체가 이러한 보고서를 펴낸 것을 보면 공식 협회 차원에서는 충분히 이와 같은 일들을 추진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이번이 시발점이 돼 다른 의사단체나 협회들도 의사들이 부당하게 당하는 부분들에 대해 목소리는 내는 모습을 보여 함께 돕고 협의하기를 기대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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