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정부는 의료기관에 책임을 떠넘기는 작태를 중단하고, 원격의료 계획을 즉각 철회하라.
지난 6월 17일 박근혜 대통령은 충북 오송에 있는 국립보건연구원을 찾아 메르스 대응현장을 점검하면서, 송재훈 삼성서울병원장을 따로 만나 메르스 확산에 대한 책임을 묻고 질책했다고 한다. 그리고 금일 보건복지부는 의약단체에 전달한 '메르스 대응 관련 처방 추가지침'을 통해 삼성서울병원 의사와 환자가 집 또는 보건소에서 전화(스마트폰 등)로 진찰과 처방을 받을 수 있도록 허용했다고 한다.
정부의 한심한 작태에 실소를 금할 수 없다. 자신들의 책임을 면피하기 위해 의료기관을 희생양 삼는 구태 뿐 아니라, 메르스 확산의 원인이 된 왜곡된 의료시스템을 더욱 왜곡시키는 원격의료까지 시행하겠다고 하니 정부가 진정 제정신인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메르스 사태의 근본적 원인은 저수가 및 의료전달체계 붕괴를 초래한 잘못된 의료제도 그리고 정부의 무능한 방역대처이다. 의료기관에 책임을 떠넘기기 전에 자신들의 잘못과 무능에 대한 처절한 자기반성이 선행되어야 한다. 물론 의료기관 내 자체방역을 제대로 하지 못한 삼성서울병원의 잘못을 변호할 생각은 추호도 없으며, 잘못한 부분에 대한 비판은 당연히 받아야 한다.
그러나 정부 자신들이 해야 할 일을 마치 의료기관이 해야 할 일인 양 호도하는 모습은 무능과 더불어 책임 떠넘기기 구태와 다름이 없다. 박 대통령은 “삼성서울병원의 모든 감염 관련한 내용들이 아주 투명하게, 전부 공개돼야 한다.”고 했는데, 모든 내용을 밝히고 투명하게 공개하는 방역주체는 삼성서울병원이 아니라 바로 정부이다. 자신들이 해야 할 일을 삼성서울병원에 맡기고 이제 와서 의료기관 탓을 한다는 것이다. 병원장이 대통령 앞에 머리 조아리는 모습을 공개한다고 정부의 책임이 회피될 수 없으며, 면피를 위한 희생양 찾기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이와 더불어 삼성서울병원 환자들을 대상으로 원격의료를 하겠다는 발상에 본 회는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다. 복지부는 삼성서울병원의 원격진료 허용을 위해 의료법 제59조 제1항(지도와 명령)에 따라 한시적으로 의료법(제33조 제1항 대면진찰) 적용 예외를 인정하기로 했다는데, 이것은 복지부가 대놓고 불법을 저지르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의료법 제59조 제1항은 [보건복지부장관 또는 시·도지사는 보건의료정책을 위하여 필요하거나 국민보건에 중대한 위해(危害)가 발생하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으면 의료기관이나 의료인에게 필요한 지도와 명령을 할 수 있다.]이다. 복지부는 현재의 상황을 국민보건에 중대한 위해가 발생했다고 보는 것인데, 정부는 이미 "WHO에서도 병원 내 혹은 병원 간 감염이지, 지역사회에서 전파되고 있다고 증거가 없다고 보고 있기 때문에 코호트 격리나 추적관리 등을 통해 통제할 수 있는 범위라고 본다"면서 경보수준을 현재 주의단계에서 더 격상시키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바 있다. 즉, 정부 스스로 국민보건에 중대한 위해가 발생하는 상황이 아님을 인정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원격의료를 추진하는 것은 명백한 불법행위이다.
삼성서울병원 외래 환자들에게 의사- 환자 간 원격의료를 한시적으로 허용하는 것은 주변 병의원 모두 위험하니 가지 말라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국민들의 불안감을 진정시키고 진정으로 환자들을 위한다면 안전한 주변 병의원을 적극적으로 이용하도록 유도하고, 환자의 동의 하에 삼성서울병원의 처방내역을 해당 병의원 의료인에게 공개하여 처방하도록 하면 될 일이다. 정히 원격의료를 하고 싶다면 현행법대로 의사 – 의사 원격의료를 하면 된다.
이번 메르스 확산은 보건의료의 본질을 무시한 복지정책, 저수가에 의한 기형적이고 후진적인 의료시스템, 공공의료 역할 미정립 그리고 전문가의 의견을 무시하는 정부의 잘못된 행태 등의 결과물이다. 의료의 본질을 찾는 노력이 근본적 해결방안임에도 오히려 의료를 더욱 왜곡시키는 원격의료를 시행하겠다는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몰상식한 작태이다.
복지부 장관의 즉각적인 사퇴를 강력히 요구한다. 잘못된 방역에 의해 메르스 확산을 부추기고 더 나아가 대한민국 의료를 절단 낼 수 있는 원격의료를 시행하려 하는 복지부 장관은 더 이상 장관으로서 자격이 없다. 목숨을 걸고 사투를 벌이며 환자 진료에 여념이 없는 의료인에게 격려와 응원은커녕 오히려 목에 칼을 겨누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삼성서울병원 역시 원격의료 계획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 메르스 확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며 국민에 반성한다는 삼성서울병원이 원격의료까지 한다는 것은 더 이상 의료기관으로서의 역할을 포기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만약 삼성서울병원에서 원격의료를 시행한다면 복지부 장관의 불법행위에 대한 고발 및 삼성서울병원에 환자 보내지 않기 운동을 비롯한 퇴출운동을 펼칠 것임을 분명히 밝히는 바이다.
2015년 6월 18일
바른 의료 국민과 함께
대 한 의 원 협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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