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원협회는 7월 18일 「의료기관의 제증명수수료 항목 및 금액에 관한 기준」 고시 제정안에 강력히 반대하는 의견서를 보건복지부에 제출하였습니다.
[보건복지부 의견제출안]
대한의원협회는 보건복지부의 「의료기관의 제증명수수료 항목 및 금액에 관한 기준」
고시 제정안을 강력히 반대합니다.
2017년 7월 현재 6,024개소의 의원급 의료기관이 회원으로 가입한 대한의원협회는 보건복지부가 지난 6월 27일 행정예고한 「의료기관의 제증명수수료 항목 및 금액에 관한 기준」 고시 제정안을 다음과 같은 이유로 강력히 반대하는 바입니다.
1. 보건복지부의 비급여항목인 제증명수수료에 대한 상한금액 고시는 의료인의 직업수행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입니다.
2002년 10월 31일 헌법재판소는 『구 의료보험법 제32조 제1항등 위헌소원, 국민건강보험법 제40조제1항 위헌확인』(사건번호: 헌법재판소 99헌바76,2000 헌마505(병) 판결에서 "의료보험법과 국민건강보험법은 의료행위를 비급여대상으로 제공할 수 있는 가능성을 인정하고 있는 바, 요양기관 강제지정제가 직업행사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하지 않는다"고 하면서도, "국가는 요양기관 강제지정제를 유지하는 한, 진료과목별 수가의 불균형 및 동일 진료과목 내 행위별 수가간의 불균형을 시정해야 하고, 의학의 새로운 발전과 기술개발에 부응하는 진료수가의 조정을 통하여 시설규모나 설비투자의 차이, 의료의 질적 수준의 다양함을 보다 정확하게 반영해야 하며, 의료인에게 의료기술발전에 동기부여를 할 수 있는 신 의료기술의 신속한 반영체계를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강제지정제가 의료인의 기본권을 포괄적으로 제한하는 제도라는 점을 깊게 인식하여 장기적 안목에서 공공의료기관을 확충하거나 보험급여율을 높이는 등의 다양한 방법을 통하여 민간의료기관이 의료보험체계에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수 있도록 관계 당국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라고 판시하였습니다.
이와 같이 헌법재판소가 강제지정제를 합헌이라고 판결한 중요한 근거 중 하나는 바로 국민건강보험법이 의료행위를 비급여대상으로 제공할 수 있는 가능성을 인정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아무리 급여항목의 진료수가가 낮더라도 의료기관이 자율적으로 가격을 결정할 수 있는 비급여항목이 있으니 강제지정제가 직업행사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하지 않는다고 본 것입니다.
그런데 귀 부처는 완전 비급여항목인 제증명수수료에 대해 마치 건강보험 적용을 받는 요양급여항목처럼 상한금액을 정해버렸습니다. 이는 곧 비급여항목을 급여항목과 동일하게 처리한 것입니다. 그렇다고 귀 부처가 헌법재판소가 국가에 권유한 사항을 제대로 이행하고 있는 것도 아닙니다. 결과적으로 비급여항목에 대한 규제를 새로이 도입한 이번 고시안은 의료인의 직업수행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하고 있으며, 이는 요양기관 강제지정제가 위헌판결을 받는 중요한 근거가 될 것입니다.
2. 복지부 고시안은 공정거래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담합행위를 조장하고 있습니다.
공정거래법 제19조제1항은 "사업자는 계약·협정·결의 기타 어떠한 방법으로도 다른 사업자와 공동으로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하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할 것을 합의(이하 "부당한 공동행위"라 한다)하거나 다른 사업자로 하여금 이를 행하도록 하여서는 아니된다."고 하고, 제1호는 "가격을 결정·유지 또는 변경하는 행위"입니다.
과거 2005년 서울시의사회가 진단서 수수료 등을 2만원으로 인상하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자, 공정거래위원회는 바로 이 조항을 적용하여 5억원에 달하는 막대한 과징금을 부과하였습니다. 그 이후 경주시의사회에 대해서도 경고처분을 내리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이번 고시안은 과거 서울시와 경주시에서의 가이드라인과 마찬가지로 제증명수수료의 상한금액을 결정하여 제시하고 있습니다. 물론 관행수수료보다 훨씬 낮은 금액으로 상한금액을 결정한 것에서는 차이가 있지만, 이 또한 엄연히 다른 사업자로 하여금 담합행위를 하도록 조장한 점에서는 동일한 것입니다. 예를 들어, 진단서 비용을 거의 받지 않거나 2천원 정도 받는 의료기관들인 경우 이번 고시안은 이들 의료기관으로 하여금 진단서 비용을 1만원으로 올려 받도록 담합을 조장할 수 있습니다.
이는 7월 16일 최종구 금융위원장 후보자의 인사청문 답변서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최 후보자는“금융수수료는 시장 가격이기 때문에 금융당국이 사전에 수수료 적정성을 심사하면 시장 개입 논란이 제기될 수 있다.", "금융회사들이 당국 지침에 따라 일률적으로 수수료를 정하면 가격 담합 소지가 있을 수 있다”고 밝힌 것입니다. 금융수수료와 제증명수수료는 모두 시장에서 사업자가 자유로이 가격을 결정할 수 있는 성격을 갖고 있습니다. 따라서 금융수수료와 마찬가지로 제증명수수료 상한금액 고시안 역시 가격담합 소지가 있는 것입니다.
이와 같이 정부가 사업자들의 담합행위를 조장할 수 있는 우려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보건복지부는 공정거래위원회에 구두회신만 받았다고 하였습니다. 본 회가 공정거래위원회에 회신내용을 정보공개청구하자, 공정위가 귀 부처에 정식으로 회신한 문서는 전혀 없다며 비공개 결정을 한 것을 통해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에 전화를 걸어 문의하자 공정위 공무원은 공정거래법 제58조에 따라 공정거래법 적용에서 제외된다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사업자 또는 사업자단체가 다른 법률 또는 그 법률에 의한 명령에 따라 행하는 정당한 행위에 대하여는 이를 적용하지 아니한다."는 제58조의 주어는 '정부'가 아니라 '사업자 또는 사업자단체'입니다. 이 조항은 법률에 따라 사업자 또는 사업자 단체가 행하는 행위인 경우에는 공정거래법 적용을 받지 않는다는 것이지, 정부가 하는 행위가 공정거래법 적용에서 제외된다는 법적 근거가 될 수 없습니다.
결과적으로 귀 부처는 담합행위 판단의 주무부처인 공정거래위원회의 확실한 공문을 받지도 않은 상태에서 단지 성명미상의 공정위 직원과의 구두회신만으로 담합행위와 무관하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이는 입법절차 상 아주 심각한 하자라고 생각합니다. 지금이라도 정식으로 공정위의 유권해석을 받을 것을 요청하는 바입니다.
3. 이 고시안은 의료법 제45조의 3 조항을 잘못 적용한 것입니다.
의료법 제45조의3 조항은 제45조의2제1항에 따른 현황조사·분석의 결과를 고려하여 제증명수수료의 항목 및 금액에 관한 기준을 정하여 고시하라는 것입니다.
이 조항에는 비급여항목에 대해 급여항목처럼 상한금액을 결정하여 고시하라는 내용이 전혀 없습니다. 또한 현황조사 결과에서 최빈값으로 상한금액을 산정하라는 말도 전혀 없습니다. 제증명수수료는 당연히 비급여항목이므로 급여항목처럼 상한금액을 고시할 수 없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 아닙니까?
또한 보건복지부는 3,600여 개소의 의료기관에 대한 현황조사를 분석하여 항목별 대표값(최빈값 및 중앙값)을 고려한 상한금액을 정했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러나 이 3,600여 개소 중 의원급 의료기관은 단 한 곳도 없습니다. 그렇다면 보건복지부는 "제45조의2제1항에 따른 현황조사•분석의 결과를 고려하여 제증명수수료의 항목 및 금액에 관한 기준을 정하여 고시하여야 한다"고 규정한 의료법 제45조의3 조항을 전혀 따르지 않고, 불법적으로 의원급 의료기관 제증명수수료의 상한금액을 정한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본 회는 이번 고시안은 위임입법 일탈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4. 이번 고시안에 제시된 상한금액은 22년 전과 동일합니다.
본 회는 7월 7일 배포한 『보건복지부 공무원은 급여를 22년 전 수준으로 환원하라』 성명서를 통해 이번 고시안에 제시된 제증명수수료 상한금액이 1995년 자율관리기준의 항목별 상한금액과 동일하다는 사실을 확인하였습니다 (건강진단서만 1만원에서 2만원으로 인상) [별첨 자료]. 결국 보건복지부는 22년 전과 똑같은 가격을 받으라고 강제하고 있는 것입니다. 22년 전의 가격으로 물품이나 서비스 가격을 받으라고 한다면 가만히 있을 사람이나 단체가 어디 있겠습니까? 보건복지부 공무원들에게 자신들의 급여를 22년 전 수준으로 환원하라고 하면 그대로 수용할 수 있겠습니까?
지난 20년간 물가인상률을 반영하면, 현재 관행수가보다 1.7배 이상, 고시안보다 3배 이상 인상됐어야 정상입니다. 하지만 의료계는 국민불편 감소 차원에서 그간 자율적으로 수수료 인상을 억제해 온 것입니다. 그런데 이 억제해 온 가격을 조사하여 더욱 낮게 책정한 것은 민간의료기관의 사적재산권을 침해한 것입니다. 이는 마치 전국의 호텔과 동네식당의 짜장면 가격을 제일 흔히 받는 가격으로 책정하여 강제하는 것과 마찬가지로서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5. 국민불편 감소를 명분으로 민간의료기관에 낮은 가격을 강요할 수는 없습니다.
복지부는 이 고시를 제정한 이유를 "그 동안 제증명수수료는 의료기관의 자율결정 사항으로 동일한 증명서도 병원마다 가격 편차가 있어 의료기관을 이용하는 국민들이 불만을 제기해 왔었다"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이와 같이 국민불편 감소를 목적으로 의료기관의 제증명수수료를 낮게 책정했다면, 평소 받던 금액과의 차액을 보상해주는 정책을 펴는 것이 정상적인 국가의 행정일 것입니다. 그러나 복지부는 이 고시 시행으로 의료기관이 입게 될 피해는 전혀 고려조차 하지 않고 있습니다. 국민불편 감소를 위해서라면 민간의료기관이 망하던 말던 상관하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복지부가 진정 국민불편을 감소시키고자 한다면, 제증명수수료 일체에 대해 건강보험을 적용해야 할 것입니다.
6. 이 고시안의 목적은 국민불편 감소가 아니라 민간보험사의 이익 증대입니다.
의료기관 제증명 발급 목적의 대다수는 손해보험(실손보험) 가입자의 보험금 청구를 위한 보험회사 제출용입니다. 2012년 의료소비자 권리 찾기를 위한 제증명수수료 비용조사 결과에 의하면, 의료기관 제증명 발급용도의 86.2%가 보험회사 제출용이었습니다. 따라서 보건복지부가 진정 국민불편 감소를 위한다면, 보험 상품의 혜택범위에 제증명수수료 비용을 포함하도록 주장하고 관철시켜야 할 것입니다.
지금도 상당수 보험사들은 환자의 제증명수수료 비용을 부담해주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제증명수수료 비용이 고시안처럼 대폭 헐값이 된다면, 어느 집단이 제일 이득을 보겠습니까? 바로 민간보험사들이라는 사실은 귀 부처도 잘 인식하고 있을 것입니다. 결국 이번 고시안은 국민불편 감소가 명분인 것처럼 포장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보험사들의 제증명수수료 부담을 경감시켜 이익을 증대시키도록 하기 위한 목적이 더 크다고 본 회는 판단하고 있습니다.
한편 민간의료기관은 보험사마다 각기 다른 제증명서를 요구하는 바람에 진료에 많은 지장을 받고 있습니다. 정작 진료에 집중해야 할 진료시간에 보험사가 요구하는 제증명서를 발급해주느라 상당히 힘든 실정입니다. 제증명을 발급하기 싫어도 환자와의 관계를 생각해서 어쩔 수 없이 발급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어느 때는 우리 의료인이 보험사의 일을 대신해주는 용역업체 직원인가 하는 자괴감이 들 때도 있습니다. 또한 어떤 보험사들은 다른 의료기관은 제증명수수료가 얼마인데 여기는 왜 많이 받냐는 식의 항의까지 받다 보면 이런 심정은 더욱 심해집니다. 이러한 의료기관을 압박하지만 말고 부디 보험사들이 제증명수수료를 모두 부담하도록 하는 법안을 입법해주실 것을 간곡히 요청드리는 바입니다. 그 길만이 국민불편 해소를 위한 훌륭한 대책이 될 것입니다.
7. 이번 고시안은 보건복지부 연구용역보고서 결과와도 맞지 않습니다.
보건복지부가 위탁한 『의료기관 발급 제증명수수료 가이드라인 마련』 연구용역보고서(이하 복지부 보고서)에서도'제증명수수료 비용 상한선 법제화'는 비급여 진료비 항목인 제증명수수료를 국가에서 일률적으로 정하는 방식이므로 실행가능성이 떨어진다고 하면서, 비급여 진료비용 고지제도의 개선을 통해 의료기관 간 경쟁을 강화하고 국민의 선택권과 이해를 확대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하고, 병원협회, 의사협회의 자율적 수수료 가이드라인 마련을 유도해야 한다고 제안하고 있습니다.
결 론
본 회는 민간의료기관의 직업행사의 자유와 사적재산권을 과도하게 침해하고 있는 「의료기관의 제증명수수료 항목 및 금액에 관한 기준」 고시 제정안을 즉각 폐기할 것을 보건복지부에 강력히 촉구하는 바입니다. 정히 제증명수수료 상한금액을 강제하고자 한다면, 민간의료기관이 아닌 공공의료기관에나 강제할 것을 제안하는 바입니다. 무엇보다 보건복지부가 비급여 가격까지 통제하는 것은 요양기관 강제지정제가 위헌판결을 받는 중요한 근거가 될 것임을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2017년07월 18일
바른 의료 국민과 함께
대 한 의 원 협 회
[별첨자료] [대한의원협회 성명서] 보건복지부 공무원은 급여를 22년 전 수준으로 환원하라 (2017.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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