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일차의료 붕괴 촉진하는 일방적 상대가치 개편 중단하라
- 제2차 상대가치개편 시행에 대한 대한의원협회 성명서 -
지난 5월 말 보건복지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 보고되어 확정된 제2차 상대가치개편의 세부사항이 최근 알려지면서 개원가는 큰 충격에 빠졌다. 이번 개편으로 검체 검사, 특히 의원급에서 주로 실시하는 간기능검사, 지질검사, 요검사 등의 주요 항목들이 대폭 삭감되는데, 연간 10% 내외가 삭감돼 4년 간 총 30~50% 내외로 인하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 않아도 저수가에 시달리는 의원급 의료기관에 직격탄이 될 전망이다.
알다시피 지난 10여 년 동안 종별 요양급여비용 점유율에서 의원급 의료기관의 진료비 비중은 계속 줄어들어 2016년에는 20% 미만으로까지 떨어졌다. 이는 일차의료의 붕괴가 가속화되고 있다는 것을 시사해주는 것으로서, 개원가의 경영난은 나날이 심화되고 있다. 이에 정부와 국회 차원에서 일차의료를 살리기 위한 정책적인 지원을 강구하고 있는 상황인데, 정반대의 결과가 나온 것이다.
우리는 이런 결과가 나온데 대해 강력한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우선 과정적 문제점을 지적한다. 이번 제2차 상대가치개편의 연구는 2010년에 시작되어 항목에 따라 2012년부터 2014년 사이에 종결된 것으로서, 연구 당시로부터 수년이 경과되어 많은 기초 자료들의 수치가 바뀐 상태다. 그럼에도 이를 반영하지 않고 그대로 적용하였으며 극단값을 조정하는 작업도 거치지 않았다. 지난 제1차 상대가치개편에서도 지적되었듯 자료의 조사방식에 있어서도 부정확한 점이 많은데, 특히 의원급 의료기관들의 악화된 경영 상태가 제대로 반영되었는지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또한 절차적 문제점을 지적한다. 작금 상대가치연구단과 상대가치위원회는 대부분 상급종합병원 등에서 근무하는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어서, 의원급 의료기관을 대표하는 자들이 충분히 참여하여 의견을 피력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심지어 상대가치위원회에 참여하는 대한개원의협의회의 대표 2인조차도 의결권이 없는 특별위원이라고 하니, 애당초 의원급 의료기관들의 의견을 전달할 수 있는 통로가 거의 막혀있었다는 것이 아닌가.
나아가 내용적으로도 문제가 많은 개편임을 지적한다. 이번 연구 결과에 따라 극소수의 개원의사들이 수술이나 처치 등에서 이득이지만, 대부분의 의원급 의료기관들이 진찰료와 검체검사 등으로 매출을 올리는 상황에서 이에 대한 정책적인 배려가 전혀 되어 있지 않다. 특히 현재 원가의 75% 수준밖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진찰료의 개편은 미뤄두고, 오히려 검체검사 점수의 인하로 먼저 타격을 받게 되었으니 도대체 어떤 목적으로 이런 연구를 진행한 것인지 납득하기 어렵다.
마지막으로 시기적 문제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연구 결과의 세부적 발표가 늦어져 불과 몇 주 전에 알려졌고, 오는 7월 1일부터 적용된다고 하니 행정 절차상 시행을 당장 막기가 어려워졌다. 따라서 이런 결과를 일부러 늦게 알려준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마저 들고, 결국 이번 연도에 반영되는 점수의 하락은 피할 수 없게 되었다.
이에 우리는 다음과 같은 요구 사항을 천명하고자 한다.
첫째,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그리고 대한의사협회는 이번 제2차 상대가치개편의 전 과정을 낱낱이 밝히고, 이런 어처구니없는 결과가 나온데 대해 해명하라.
둘째, 이번 개편의 반영을 즉각 중단하고, 보다 합리적인 과정과 절차를 거쳐 연구를 재시행하여 전면 수정된 결과를 반영하라.
셋째, 제3차 상대가치개편 연구를 조기에 시행하여 원가의 75%에 불과한 진찰료를 조속히 현실화하라.
넷째, 향후 상대가치연구 과정에서 의원급 의료기관을 대표하는 자들이 충분히 참여하여 그 의견을 반영할 수 있도록 제도화하라.
이번 연구 결과는 정부와 국회가 한 목소리로 외치는 일차의료살리기라는 취지에도 역행할 뿐만 아니라 원가 이하의 저수가에도 근근이 버티고 있는 의원급 의료기관의 경영을 더욱 악화시켜 일차의료 붕괴를 가속화시킬 것이다. 일차의료살리기는 단순히 의원급 의료기관의 경영을 개선시키자는 것이 아니라, 환자 접근성이 좋은 일차의료 활성화를 통해 국민건강에 이바지하고자 하는 것이다.
관계 당국들은 이러한 의사들의 비판을 무겁게 받아들여 빠른 시일 내에 개선책을 마련 발표하기 바란다. 그렇지 않을 경우 일차의료 붕괴 가속화의 책임이 전적으로 귀측에 있음을 밝힌다. 나아가 의원급 의료기관에 일방적으로 불리한 현행 상대가치제도에 대한 전면 거부 투쟁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경고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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