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대한의원협회는 만성질환자 비대면관리(전화상담)
시범사업을 반대한다.
7월부터 시행 예정이던 만성질환자 비대면관리(전화상담) 시범사업이 연기되었다고 한다. 시행을 위한 준비 기간이 촉박해 현실적으로 7월 1일부터 들어가기는 어렵다는 것이 그 이유이다. 문제는 이 사안이 의료계 내의 심도깊은 논의 없이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고, 이에 대한의원협회(이하 본 회)는 만성질환자 비대면관리 시범사업에 반대 입장을 분명하게 표명하는 바이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6월 3일 만성질환 재진환자를 대상으로 '대면진료→비대면 관리→대면진료' 3단계로 진행되는 '만성질환 관리수가 시범사업' 추진 계획을 공개한 바 있다. 비대면 관리 단계에서는 환자가 측정한 정보를 주기적으로 관찰·분석하고 환자의 혈압·혈당 등 정보를 확인하고, 필요 시 전화 상담을 실시하며, 수가는 월 1회 교육·관리·전화상담 서비스를 제공한 경우 환자당 월평균 2만7000원 수준이라고 한다.
만성질환자가 내원하지 않았을 때의 상태를 모니터링하고 이에 대한 적정한 수가를 책정한다는 명제에는 반대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 시범사업에는 다음과 같은 다양한 문제점들을 내포하고 있다.
첫째, 전화상담은 원격진료의 당위성을 제공할 수 있다.
실제 진료현장에서 환자와 전화상담을 하는 경우가 있으나 아직은 전화상담에 대한 수가가 없어, 이에 대한 수가를 책정한다는 것이 일견 적절해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전화상담이 활성화되는 경우 환자들은 대면진료보다 편한 전화상담을 더욱 선호하게 되어 자칫 대면진료의 가치가 하락하고 더 나아가 “진료”의 개념 자체가 왜곡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또한 전화상담이 원격진료의 당위성을 제공하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를 지울 수 없다.
둘째, 결국 원격모니터링이 시행되고 의료전달체계의 붕괴를 유도할 수 있다.
비대면 관리 단계에서 환자가 측정한 정보를 주기적으로 관찰·분석하고 환자의 혈압·혈당 등 정보를 확인하는 과정이 있다. 즉, 환자가 의료기관 밖에서 측정한 자료를 분석하고 확인하는 것인데, 과연 이 자료를 어떻게 측정하고 전송하고 수집할 것이냐 이다. 결국 원격모니터링이 될 수밖에 없다. 원격모니터링은 전화상담과 마찬가지로 향후 원격진료의 단초를 제공할 수 있다. 비록 지금은 의원급 의료기관에 국한한다 하더라도, 의료소비자의 편의성에 더불어 의료산업화라는 미명하에 결국 병원급 의료기관으로 확대되어 의료전달체계가 붕괴되는 원인이 될 것이다.
셋째, 지불제도 개편의 단초가 될 수 있다.
시범사업의 수가 적용방안은 “실시단계에 따른 행위를 구분하며, 각 행위별 특성에 따라 행위별 수가 또는 월정액 수가 지급”이라고 한다. 즉, 환자에게 행해지는 개별 행위에 대해 행위별로 수가를 보상하는 것이 아닌, 월정액으로 지급할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결국 만성질환자에 대한 인두제로의 지불제도 개편의 단초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인두제는 그 동안 의료계에서 지속적으로 반대했던 지불제도이다. 이 시범사업을 통해 월정액 지급과 같은 인두제의 변형된 지불제도가 시행되는 것에 대해 결코 찬성할 수 없다.
이상과 같은 이유로 본 회는 본 시범사업을 반대한다.
정부는 시범사업이 궁극적으로 일차의료기관 활성화를 위한 것이며 향후 병원급으로 확대될 염려는 없다고 한다. 그러나 본 회는 정부 정책을 전혀 신뢰할 수 없다. 그 동안 정부의 행적이나 특히 최근 원격의료법안을 또 다시 국회에 상정하는 행태를 보더라도 정부를 믿고 따를 수 없다. 시범사업 시행 전에 의료계가 정부를 믿고 따를 수 있는 신뢰회복의 과정이 필요하며, 그 과정은 전적으로 정부의 몫인 것이다.
더욱이 정부가 진정 일차의료를 활성화시키고 만성질환자 관리를 더욱 철저히 하고 싶다면, 오히려 대면진료를 강화하는 것이 순리일 것이다. 고혈압 당뇨에 대한 국민들의 잘못된 인식을 바꾸는 정부의 적극적인 노력이 선행되어야 하며, 더불어 만성질환자의 일차의료기관 접근성을 강화시키는 다양한 정책이 필요하다. 또한 공급자에게는 대면진료에 대한 적정한 수가를 책정한다면 정부가 원하는 만성질환자 관리목표가 달성될 것이다. 전화상담이나 원격모니터링에 활용될 예산이 있다면, 그 예산으로 일차의료기관의 접근성을 강화하고 대면진료에 대한 충분한 보상을 해주는 것이 더 실효적이라는 것이다.
7월 시행이 연기되었다고는 하나,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본 회는 위와 같은 이유로 본 시범사업의 시행을 반대하며, 일차의료활성화와 만성질환자 관리에 대해 미봉책이 아닌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한 때임을 분명히 밝히는 바이다.
2016년 06월 30일
바른 의료 국민과 함께
대 한 의 원 협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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