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이 대책의 체납보험료 납부효과는 거의 없다.
이 대책이 효과가 있다고 하려면 급여제한으로 전액본인부담 진료를 한 급여제한자의 상당수가 체납보험료를 완납했어야 한다. 그런데 지난 1년간 요양기관이 전액 본인부담 청구한 907건 중 고작 51건(5.6%)에서만 체납보험료를 납부하였고, 더군다나 전액 본인부담 진료 후 체납보험료를 납부한 29명은 급여제한 대상자 1,494명의 1.9%(29명/1,494명)에 지나지 않았다. 이는 요양기관이 아무리 수진자의 보험자격을 사전에 확인하여 급여를 제한하더라도 급여제한자의 체납보험료 납부에 미치는 효과가 거의 없음을 잘 보여주는 것이다.
표 2. 급여제한자 요양기관 사전 확인 현황
3) 이 대책의 주 대상은 체납 후 급여제한자가 아니라 무자격자이다.
지난 1년간 요양기관들은 급여제한자(1,576건)와 무자격자(73,276건)의 자격을 확인하지 못하여 각각 5,176만 원과 22억341만 원의 청구액을 공단으로부터 지급받지 못하였다. 공단이 요양기관에 미지급한 공단부담금이 급여제한자 보험청구보다 무자격자 착오청구인 경우가 무려 43배나 많다. 이는 이 대책의 주요 대상이 급여제한자 보다는 무자격자임을 잘 보여준다. 복지부와 공단은 사회적 비난 가능성이 높은 고소득ㆍ고가재산 체납자의 부정수급을 방지한다는 명분으로 이 대책을 시행했다지만, 실제로는 무자격자의 부정수급 관리책임을 의료기관에 떠넘기기 위한 것이었다.
4) 이 대책의 사후관리 업무에서 공단의 심각한 직무유기와 업무태만
요양기관이 보험자격을 사전에 확인하지 못해 공단이 공단부담금을 미지급했으나 나중에라도 보험자격을 소급취득 하거나 체납보험료를 납부하는 경우미지급 공단부담금을 요양기관에 환급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본 회의 질의에, 공단은 해당 건들에 대한 공단지급 현황은 별도 관리되지 않으며 요양기관이 자격회복 여부를 확인하여 심평원에 알아서 재청구하라는 식으로 남의 일인 양 답변하였다. 더군다나 공단은 이 대책 대상자에게 진료사실통지서와 부당이득금 고지서 발송을 단 한번도 시행하지 않았다. 부정수급 관리의 책임을 요양기관에 떠넘겨놓고 공단은 부정수급 사후관리 업무에서 완전히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이다.
더욱 황당한 것은 요양기관이 보험자격을 확인하지 못해 보험청구한 경우에는 부정수급자로부터 부당이득금을 환수하지 않는다는 공단의 답변이다.부당이득을 취한 것은 부정수급자인데, 공단은 부정수급자가 아니라 요양기관으로부터 부당이득금을 환수하고 있는 것이다. 급여제한자에게 사전에 급여를 제한하여 체납보험료 납부율을 제고하겠다며 강행한 것이 이 대책인데, 공단이 이들에게 진료사실통지도 하지 않고 아예 부당이득금을 환수할 수 없다고 함으로써 오히려 급여제한자의 체납보험료 납부동기를 현저히 저하시키고 이들의 부정수급에 대한 유혹을 더욱 강화시키고 있는 것이다.참으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5) 이 대책은 법적 근거가 없는 불법 대책이다.
본 회가 이 대책의 법적 근거를 공개해달라고 요청하였으나, 공단은 이 대책의 핵심요소인 요양기관의 수진자 보험자격 확인 의무화 및 공단의 급여비용 미지급 권한에 대해서는 제대로 된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였다. 국민건강보험법에는 요양기관이 수진자가 제출한 건강보험증이나 신분증을 통해 건강보험 자격을 확인할 수 있다고 되어 있지 의무적으로 확인해야 한다는 명시적인 규정이 전혀 없다. 또한 공단의 요양기관에 대한 지체 없는 급여비용 지급의무만을 규정하고 있을 뿐 무자격자 또는 급여제한자임을 이유로 공단이 급여비용을 요양기관에 지급하지 아니할 수 있다는 규정도 없기 때문이다.
이 대책이 시행되기 전 공단 책임자와 복지부 공무원 역시 이 대책의 법적 근거가 없음을 인정하였다. 공단의 정승열 급여관리실장은 2014.6.18. 보건의료전문지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사항이 법적인 의무사항으로 되어 있지 않지만 요양기관에서 확인하는 게 기본적이라 생각한다"고 발언하였으며,한 의료전문지와의 인터뷰에서 법적인 근거가 없다는 부분에 대해서 "곧 해소될 것"이라며, "복지부에서 법적 근거가 없는 것을 알고, 이미 법안 개정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법안이 나오는 대로 자격 확인 대상자 수를 더 늘릴 계획이다. 제도가 명확했다면 처음부터 대상자를 '전부'로 잡았겠지만, 법적 근거 부족으로 단계적으로 확대하면서 제도 수정 및 보완을 거치는 것"이라 말하였다([메디칼업저버] "무자격자 확인은 병원 이득, 꿩먹고 알먹고").
심지어 감사원조차도 2012년 5월 『건강보험 요양급여비용 관리실태』 감사결과 통보서에서 “현행 국민건강보험제도는 요양기관에서 수진자의 급여제한 여부를 확인할 의무가 없다”라고 밝히기까지 하였다.
6) 이 대책 시행과 관련한 복지부의 직권남용 및 직무유기
이 대책은 복지부와 공단이 공동으로 추진하고 있다. 그런데 복지부는 공단의 이 대책에 관하여 법적 근거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요양기관에 대하여 일방적으로 공단의 대책을 따르도록 공표하였는바, 이것은 요양기관에 대하여 아무런 근거 없이 무자격자 또는 급여제한자 확인의무를 부과함으로써 요양기관으로 하여금 의무사항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불필요한 업무를 강제화하여 떠넘긴 것으로서 직권남용죄에 해당한다. 또한 공단의 잘못된 행정을 의식적으로 지도 감독하지 않고 오히려 옹호하고 적극 추진하려고 하며, 이것으로 의료기관에게 피해를 야기시켰으므로 이는 직무유기에 해당된다.
결론
이 대책 시행으로 진료현장에서는 요양기관(의사)과 환자 사이에 수많은 갈등과 마찰이 발생하고 있다. 건강보험증이나 신분증 제출 요구에 환자들은 개인정보 유출 위험이 있다면서 강력 반발하고 진료를 거부하거나, 건강보험증 등을 제출하지 않아 일반 진료비를 지불해야 한다는 설명을 듣고 나면 진료를 반드시 받아야 할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경제적인 이유로 진료를 포기하고 되돌아가는 경우도 많다. 즉, 보장되어야 할 환자들의 진료수급권이 침해 받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이 법적 근거도 없고 명분도 없고 효과도 거의 없는 이 대책 시행으로 인해 요양기관은 막대한 피해를 보고 있다. 요양기관의 수진자 자격확인에 엄청난 행정력이 소요됨에도 불구하고, 사전에 자격을 확인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지난 1년간 공단이 미지급한 진료비가 무려 22억5,517만 원에 달하고 있다.이에 따라 환자진료에 전념해야 할 요양기관들은 오히려 환자의 보험자격 확인에 더 전념해야 하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 공단이 해야 할 업무를 요양기관에 떠넘김으로써 요양기관은 환자진료에 최선을 다할 수 없게 되었고 이로 인해 의사-환자 간 신뢰관계도 악화되고 있다. 이는 곧 환자들의 병원쇼핑으로 이어져 수치로는 나타나지 않지만 체납보험료 납부액보다 훨씬 더 많은 의료비 지출을 초래할 것이 분명하다. 이에 본 회는 『건강보험 부정수급 방지대책』을 반드시 폐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본 회는 (1) 법적 근거도 없고 명분도 없고 효과도 거의 없으면서 최선의 진료를 저해하고 요양기관의 재산권과 환자의 진료권을 침해하는 이런 잘못된 대책을 강행한 복지부와 공단의 직무유기 및 직권남용에 대해, 그리고 (2) 이 대책의 체납보험료 납부율을 왜곡하여 부풀리고 사후관리 업무에서의 심각한 직무유기 및 업무태만을 보이고 있는 공단에 대해 엄중한 감사를 실시해줄 것을 감사원에 간곡히 요청하는 바이다.
한편 이번 공익감사청구에는 500여 명의 의사회원들과 일반 국민들이 청구인으로 동참하였다.
2015년 11월 13일
바른 의료 국민과 함께
대 한 의 원 협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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