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원협회가 의료급여 진료비 체불 사태를 방치하고 있는 정부의 행태를 비판하며 공익감사 청구로 맞대응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의원협회 송한승 회장은 지난 19일 코엑스에서 열린 ‘2019년 춘계 집중심화 연수강좌 및 초음파 연수교육’ 기자간담회에서 “보건복지부가 지난 수십 년간 의료급여 진료비 체불 사태를 방치하는 등 심각한 직무유기를 하고 있다”며 “300명 이상의 청구인을 모아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의원협회에 따르면 지난 23년(1996년부터 2018년까지) 간 2008년과 2009년을 제외한 21개 연도에서 의료급여 진료비를 의료급여기관에 체불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23년간 미지급한 액수는 국고보조금이 5조3,088억원, 지방비가 1조6,053억원으로 총 6조9,141억원에 달했다.

문제는 의료급여 진료비 체불액이 매년 급증하고 있다는 점이다. 2018년도에 미지급한 금액(8,695억원)은 2017년도 4,386억원의 2배에 달한다.

(자료제공:의원협회)

하지만 복지부가 근본적인 제도개선보다는 다음연도 예산으로 이를 충당하거나 추경예산을 편성하는 등의 땜질 처방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게 의원협회의 지적이다.

지난 2000년부터 2018년까지 19년 동안 11개 연도에서 의료급여 미지급금 정산을 위해 추경예산을 편성했는데 그 합계액만 해도 무려 2조2,383억원에 이른다.

의원협회는 미지급금이 발생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에 대해 복지부가 의료급여 경상보조 사업비를 매년 과소 편성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송한승 회장은 “복지부가 의료급여 진료비 규모를 전년도 총진료비에 수가인상률, 대상자 수 등을 고려해 산정한 후, 합리적 근거가 부족한 재정절감액과 조정계수를 통해 매년 예산을 감액해 오고 있고 있다”면서 “만약 재정절감액이 없었다면 미지급금 규모는 대폭 축소됐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복지부와 정부는 진료비를 늦게 지급함으로써 막대한 이자 수익을 거두고 있다”면서 “협회 추계 결과, 지난 1996년부터 2018년까지 미지급 총액(6조 9,141억원)에 대한 이자금액은 무려 1,383억원에 달했다. 이 엄청난 금액을 의료급여기관들이 오롯이 부담했고, 이 금액만큼 복지부와 정부는 이자수익을 거뒀다”고 비판했다.

송 회장은 “지난 수십 년간 의료급여 진료비 체불 사태가 매년 연례적으로 발생했고 갈수록 체불액이 급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근본적인 개선책을 내놓지 않고 방치하고 있는 건 복지부의 심각한 직무유기”라며 “이에 협회는 복지부의 직무유기에 대해 철저한 감사를 시행해 줄 것과 적정 예산 편성 및 체불액에 대한 이자지급 의무화 등을 포함한 진료비 체불 방지대책 수립을 요청하는 공익감사 청구를 실시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한편 송 회장은 문재인 케어 시행 이후 의원급 의료기관의 어려움이 심화되고 있다며 의료전달체계 확립 및 적정수가 보장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송 회장은 “의원급 의료기관들의 경영난이 정말 심각하다”면서 “지난해 상급종합병원 42곳이 전체 요양기관 비용의 18.1%를 차지한 반면, 3만 1,000여개의 의원급 의료기관들의 진료비 비중은 19.4%에 불과하다. 지난 2001년 의원급 의료기관들의 진료비 비중이 32.8%였다는 것을 감안하면 격세지감”이라고 토로했다.

송 회장은 “문재인 케어로 인해 종별 기능이 파괴되고 있다”면서 “정부는 문재인 케어를 통한 건강보험 보장성강화 정책을 시작하면서 의료전달체계 개선을 병행하겠다고 자신했지만 지금 껏 이룬 일이 무엇이냐”고 비판했다.

또 “최근 2년 간 최저시급이 누적 30%정도 급격히 인상된 데 비해 수가 인상률은 도합 6%에도 미치지 못하다”면서 “많은 회원들이 최저시급 인상으로 인해 늘어난 인건비 부담으로 근무 시간을 줄이거나 심지어 인력을 줄이고 있다. 만약 내년에도 수가 인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이런 현상은 더욱 심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기회가 된다면 의원협회가 의원급 의료기관의 요양급여비(수가) 협상에 참여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협회는 의원급 의료기관의 권익을 대변하는 단체로서 현재 8,000여 회원이 가입돼 있는 상황”이라며 “언젠가 기회가 닿는다면 국민건강보험공단과의 수가 협상에도 적극 참여해 회원들에게 유익한 결과를 내는데 일조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