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원협회 "의료기관의 제증명수수료 강력 반대"
대한의원협회가 '의료기관의 제증명수수료 항목 및 금액에 관한 기준' 고시 제정안을 즉각 폐기할 것을 보건복지부에 강력히 촉구했다.
가장 먼저 보건복지부의 비급여항목인 제증명수수료에 대한 상한금액 고시는 의료인의 직업수행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2002년 10월 31일 헌법재판소는 '구 의료보험법 제32조 제1항등 위헌소원, 국민건강보험법 제40조제1항 위헌확인' 판결에서 강제지정제를 합헌이라고 제시한 바 있다.
의원협회는 "이 판결의 중요한 근거중 하나는 바로 국민건강보험법이 의료행위를 비급여대상으로 제공할 수 있는 가능성을 인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아무리 급여항목의 진료수가가 낮더라도 의료기관이 자율적으로 가격을 결정할 수 있는 비급여항목이 있으니 강제지정제가 직업행사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하지 않는다고 본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복지부는 완전 비급여항목인 제증명수수료에 대해 마치 건강보험 적용을 받는 요양급여항목처럼 상한금액을 정해버렸다는 설명이다. 이는 곧 비급여항목을 급여항목과 동일하게 처리한 것이라고.
의원협회는 "결과적으로 비급여항목에 대한 규제를 새로이 도입한 이번 고시안은 의료인의 직업수행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하고 있으며, 이는 요양기관 강제지정제가 위헌판결을 받는 중요한 근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복지부 고시안은 공정거래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담합행위를 조장하고 있다는 의견이다.
과거 2005년 서울시의사회가 진단서 수수료 등을 2만원으로 인상하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자, 공정거래위원회는 바로 이 조항을 적용하여 5억원에 달하는 막대한 과징금을 부과한 바 있다. 그 이후 경주시의사회에 대해서도 경고처분을 내리기도 했다.
의원협회는 "이번 고시안은 과거 서울시와 경주시에서의 가이드라인과 마찬가지로 제증명수수료의 상한금액을 결정하여 제시하고 있다. 물론 관행수수료보다 훨씬 낮은 금액으로 상한금액을 결정한 것에서는 차이가 있지만, 이 또한 엄연히 다른 사업자로 하여금 담합행위를 하도록 조장한 점에서는 동일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진단서 비용을 거의 받지 않거나 2천원 정도 받는 의료기관들인 경우 이번 고시안은 이들 의료기관으로 하여금 진단서 비용을 1만원으로 올려 받도록 담합을 조장할 수 있다는 전언이다.
해당 고시안은 의료법 제45조의3 조항을 잘못 적용한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해당 조항은 제45조의2제1항에 따른 현황조사·분석의 결과를 고려하여 제증명수수료의 항목 및 금액에 관한 기준을 정하여 고시하라는 내용이다.
의원협회는 "이 조항에는 비급여항목에 대해 급여항목처럼 상한금액을 결정하여 고시하라는 내용이 전혀 없다. 또한 현황조사 결과에서 최빈값으로 상한금액을 산정하라는 말도 전혀 없다. 제증명수수료는 당연히 비급여항목이므로 급여항목처럼 상한금액을 고시할 수 없다는 것은 모두 알고 있는 내용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또한 보건복지부는 3,600여 개소의 의료기관에 대한 현황조사를 분석하여 항목별 대표값(최빈값 및 중앙값)을 고려한 상한금액을 정했다고 발표했지만 이 중 의원급 의료기관은 단 한 곳도 없었다는 반박이다.
더군다나 이번 고시안에 제시된 상한금액은 22년 전과 동일했다. 건강진단서만 1만원에서 2만원으로 인상됐을 뿐이다.
의원협회는 "지난 20년간 물가인상률을 반영하면, 현재 관행수가보다 1.7배 이상, 고시안보다 3배 이상 인상됐어야 정상이다. 하지만 의료계는 국민불편 감소 차원에서 그간 자율적으로 수수료 인상을 억제해 온 것이다"고 호소했다.
의원협회는 국민불편 감소를 명분으로 민간의료기관에 낮은 가격을 강요할 수 없음을 분명히 했다. 덧붙여 이 고시안의 목적은 국민불편 감소가 아니라 민간보험사의 이익 증대라는 것도 강조했다.
의원협회는 "지금도 상당수 보험사들은 환자의 제증명수수료 비용을 부담해주고 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제증명수수료 비용이 고시안처럼 대폭 헐값이 된다면, 어느 집단이 제일 이득을 보겠는가? 이번 고시안은 국민불편 감소가 명분인 것처럼 포장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보험사들의 제증명수수료 부담을 경감시켜 이익을 증대시키도록 하기 위한 목적이 더 크다고 본 회는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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