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의원협회, “복지부, 한의사님들 밥그릇 챙겨드리느라 「사람이야 죽든 말든」”

보건복지부는 11월 20일부터 안면신경마비, 뇌혈관질환후유증(만 65세 이상), 월경통 이 세 개의 질환에 대해 첩약을 급여하는 '첩약급여화 시범사업'에 돌입하였다.

어느 것이 우선인지 모르는 보건복지부 - 안전성과 치료효과도 검증하지 아니한 채 진행하는 시범사업

국민건강보험법의 하위법령인 ‘요양급여의 기준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요양급여 대상을 정함에 있어서는 의학적 타당성, 의료적 중대성, 치료효과성, 비용효과성, 환자의 비용부담 정도 및 사회적 편익등을 고려하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원칙은 첩약의 급여화에 있어서도 당연히 지켜져야 할 것이다. 특히 안전성(의학적 타당성, 의료적 중대성에 해당)과 치료효과 측면에서 검증이 되지 아니한 상황에서의성급한 급여화는 결코 정당화될 수 없는 것이다.

일반적인 약품은 3상에 걸친 대규모의 임상실험을 통해 안전성과 유효성이 인정되어야만 인체에 사용할 수 있는 것인데, 한방첩약은 안전성과 치료효과 측면에서 아직 검증이 되지 않았다. 그저 오랜 기간 사용해왔다는 사실만으로 이들을 인정할 수는 없다.

최근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안전성과 유효성 검증을 위해 “첩약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위한 기반구축 연구”를 진행해왔다. 첩약의 유효성, 안전성 검증을 위해 국가 차원에서 진행한 연구는 이 연구가유일하다시피 하다. 그런데 이 연구에서는 무작위대조군 임상시험과 체계적 문헌고찰 연구 등의 객관적인 방법이 제대로 적용되지 않았고, 안전성이나 유효성에 대해 구체적인 근거를 전혀 제시하지 못하였음이 이미 밝혀진 바 있다.

안전성과 유효성 입증을 스스로 포기한 한방업계

한의약산업 육성을 기치로 내건 정부와 한통속이 되어 무리한 시범사업을 벌이는 한방업계도 반성을 해야 할 것이다. 국민의 건강을 ‘산업’과 연관시키는 정부는 그렇다손 치더라도, 첩약의 급여화를 오랜 기간 준비해왔다는 한방업계는 그 동안 무엇을 했다는 말인가? 한약재 GMP 도입으로 중금속이나유해물질이 없다는 정도를 이야기하고 있는데, 이는 의약품이 아닌 식품에서도 당연한 것이다. 안전성이란 유해물질이 없다는 것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의약품으로서의 심각한 부작용이 없을 것임도포함하는 것이다. 이처럼 한방업계는 유효성보다 이전 단계라 할 수 있는 안전성조차 입증하지 못하고있는 실정이다.

한편 정부와 한방업계는 ‘한의약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다른 하나의 목표로 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 고유의 전통’ 운운하는 것이 통하지 않는 해외에서는 객관적인 데이터 없이 경쟁력을 갖출 수있을 것인지 의문이다. 글로벌 경쟁력을 위해서라도 전세계적으로 인정되는 과학적 방법론에 따른 검증을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혹시 해외에서도 한류의 성과나 국내 초일류기업들의 활약을 통해 쌓인한국의 이미지를 이용해 감성 마케팅을 하겠다는 것인가? 그렇다면 그것은 그동안 힘들게 쌓아온 우리나라의 이미지를 갉아먹는 일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상황임에도 한방업계 스스로 안정성과 유효성을 과학적인 방법으로 입증을 함에 적극적이지아니한 것은, 이중맹검실험 등을 통해 객관적으로 검증을 했을 때 치료효과가 없다는 결과가 나오면 어떻게 하나라는 자기 의심에서 비롯된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마저 들 정도이다.

(간혹 이중맹검실험의 형태의 연구가 있기도 하였으나 중국의 연구가 다수였고 그나마도 수십명 내지일이백명 정도를 대상으로 한 연구가 대부분이었음)

주객이 전도된 광고 행위가 우려됨

벌써부터 일부 한방기관에서 첩약의 안전성을 건강보험 적용과 연관지어 홍보를 하는 듯한 상황이연출되고 있다. 첩약의 안전성이 담보된 후에야 건강보험 적용이 되어야 한다는 명제를 뒤집어서, 건강보험이 적용되고 있다는 것은 첩약의 안전성이 담보된 것이기 때문이라는 식으로 국민들을 호도할 수있다. 주객이 전도된 꼴이라고 할 수 밖에 없다.

또 하나의 기준 : 비용효과성

- 급여등재의약품과의 비교 평가

과학적으로 입증이 이루어져 안전성과 유효성이 충분히 인정되는 약품이라 하더라도 언제나 급여화가 되는 것은 아니다. 복지부와 공단은 이러한 의약품에 대해서도 건강보험재정 건전성을 핑계로 급여화를 거부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요양급여의 기준에 관한 규칙’이 급여화의 기준으로 비용효과성을제시하는 것과 같은 이유이다. 복지부와 공단은 건강보험재정 건전성을 이유로 당장에 필요한 항암치료에 대해서도 추가적인 급여화가 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재정은 한정되어 있기에 모든 의료행위나 의약품에 대해서 급여를 할 수 없음은 당연하다. 그런데왜 이러한 기준이 첩약에 대해서는 적용되지 않는 것이냐가 중요한 문제이다.

첩약에 대해서도 비용효과성이 인정되어야 할 것이므로, 급여화가 되기 위해서는 급여에 등재된 다른 의약품에 비해 비용 대비 효과가 높거나 효과 대비 비용이 낮아야 함은 당연한 전제이다. 만일 첩약에 비해 비용이 더 낮으면서도 효과가 더 높은(물론 부작용이 낮은 것도 효과에 해당한다) 의약품이 기존에 존재하는 경우라면 해당 첩약이 급여화될 수 없음은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한방첩약에 대해서 비용효과성에 대한 검토가 전혀 이루어지지 아니하였음이 너무도 명백하므로(비용은 차치하고 효과가 있는지 여부도 불명하기 때문), 보건복지부는 법까지 어겨가면서 한의사밥그릇 챙겨주기를 하고 있다는 비난을 피해갈 수 없을 것이다. 또한 지금 이 시간에도 경제적인 사유로 항암치료를 받지 못하여 죽어가는 환자들이 존재함을 생각하면, 보건복지부가 한의사 밥그릇 챙겨주느라 간접적인 살인행위를 하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2020 년 12 월 27 일

바른 의료 국민과 함께

대 한 의 원 협 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