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채혈 후 24시간 이내 이뤄지는 PT검사 위탁, 건강보험 적용키로

청년의사 최광석 기자

대한의원협회가 불합리한 검체검사 고시를 개정해 내는 성과를 거뒀다.

의원협회는 14일 보도자료를 통해 “혈액응고검사의 일종인 프로트롬빈시간(Prothrombin Time, PT) 검사가 검체검사 위탁대상에서 제외돼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은 것을 확인하고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문제제기를 했다”면서 “그 결과 지난 5일 ‘채혈 후 24시간 이내에 PT 검사를 시행하는 경우에는 위탁할 수 있다’는 내용으로 복지부가 고시를 개정됐다는 회신을 받았다”고 밝혔다.

PT 검사는 경구용 항응고제인 와파린를 복용하거나 간경화 환자 또는 수술 전 환자의 출혈경향 확인을 위해 시행되는 검사다.

특히 와파린을 복용하는 환자는 일정 수준의 항응고 효과를 유지하기 위해 PT 모니터링을 자주 해야 하는데 만약 검사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와파린의 항응고 효과가 과다하면 출혈이 발생하고, 부족하면 혈전 생성으로 뇌경색이 발생하는 등 심각한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이처럼 환자 진료에 이처럼 중요한 검사임에도 불구하고, 그간 심평원은 PT 검사를 검사업체에 위탁하는 경우 건강보험으로 인정해주지 않았다는 게 의원협회의 지적이다.

복지부 ‘검체검사 위탁에 관한 기준’ 제2조에 ‘검체채취에서 검사까지 장시간이 소요될 경우 검사결과가 부정확해질 수 있는 검사는 위탁대상에서 제외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를 근거로 위탁 제외대상에 PT 검사를 포함시킨 것이다.

이로 인해 원내에 임상병리 장비가 없어 검사업체에 위탁해야 하는 의원급 의료기관으로서는 PT 검사를 보험청구하면 삭감되고, 비급여로 하면 임의비급여에 의한 부당청구로 환수처분을 당해야 하는 진퇴양난의 상황이었다.

따라서 의원에서는 PT 검사를 위해 환자를 상급병원으로 전원하거나, PT 검사가 필요 없고 약값이 아주 비싼 NOAC 제제로 교체하는 수밖에 없었다는 게 의원협회의 설명이다.

이에 의원협회는 국내외 문헌을 검색해 검체 채취부터 검사까지 PT 검사결과에 영향을 주지 않는 안전한 검체 보관시간을 검토했다.

그 결과 임상검사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가장 권위 있는 임상검사표준연구소(Clinical and Laboratory Standards Institute, CLSI)의 가이드라인에서 ‘원심분리 여부와 상관없이 검체를 보관한 튜브가 개봉되지 않고 18~24℃ 환경에 보관하는 경우 검체채취 후 24시간 이내에 검사할 것’을 권고한 사실을 확인했다.

다른 국내외 논문에도 ‘4℃와 25℃ 모두에서 24시간까지 안전하게 보관될 수 있다’고 게재돼 있으며, 특히 1997년 영국혈액학회지에 게재된 논문에 ‘검체채취 후 3일까지도 PT 검사 수치에 임상적으로 유의한 변화가 없다’고 보고한 내용도 발견했다.

의원협회는 이러한 근거를 토대로 복지부와 심평원에 PT 위탁검사 급여화를 요청하는 민원을 제출했다.

그리고 최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는 ‘검체검사 위탁에 관한 기준’ 제2조 제2항 제3호에 ‘다만, 채혈 후 24시간 이내에 검사를 시행하는 경우에는 위탁할 수 있다’는 단서조항을 추가키로 했다.

이에 대해 의원협회는 “사실 이런 일은 문제제기를 하기 전에 복지부와 심평원이 사전에 알아서 개정했어야 한다”면서 “근거도 없는 오래된 지식만으로 의원급 의료기관에 규제로만 일관해온 것은 복지부와 심평원의 직무유기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의원협회는 이어 “이번 고시 개정으로 와파린을 계속 복용해야 하는 환자들이 보험 혜택을 받고 의원급 의료기관에서도 삭감이나 부당청구 등의 불이익을 받지 않게 됐다”면서 “향후에도 본 회는 최선의 환자 진료에 걸림돌이 되는 온갖 규제에 대해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것”이라고 했다.